
감자 800g으로 만든 옹심이 한 그릇이면 추운 날씨도 문제없습니다. 저는 작년 겨울 처음 옹심이를 만들어 먹고 나서 감자가 이렇게까지 쫀득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감자를 쪄서 설탕이나 소금에 찍어 먹는 단순한 방식만 고집해왔는데, 옹심이를 직접 만들어보니 감자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셈입니다.
감자 녹말 추출이 옹심이 성공의 핵심
옹심이 반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자에서 녹말을 제대로 추출하는 것입니다. 감자 녹말(potato starch)은 감자의 전분질을 분리해낸 것으로, 옹심이에 쫀득한 식감을 부여하는 핵심 재료입니다. 제가 처음 만들 때는 이 과정을 대충 했다가 반죽이 질어져서 모양을 잡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자를 잘게 썬 뒤 믹서기에 넣을 때 양파 1/4쪽을 함께 갈아주면 갈변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갈변(browning)이란 감자 속 효소가 공기와 만나 산화되면서 색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양파에 들어있는 황화합물이 이 산화를 억제해주기 때문에 옹심이가 깨끗한 흰색을 유지합니다. 물 4컵과 함께 15초만 갈아야 하는데, 오래 갈면 녹말 입자가 너무 잘게 부서져서 나중에 침전이 잘 안 됩니다.
자루망에 갈은 감자를 넣고 1분 정도 주물러서 녹말을 빼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이 듭니다. 저는 손목에 힘을 주고 꽉꽉 눌러가며 짜냈는데, 녹말이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반죽할 때 농도가 맞지 않아 옹심이가 풀어질 수 있습니다. 짜낸 녹말물은 30분 정도 그대로 두면 하얀 녹말이 바닥에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물만 남습니다.
브로콜리를 넣은 반죽으로 영양과 색감 동시에
옹심이 반죽에 브로콜리를 넣는다는 발상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이게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브로콜리 40g 정도를 15초간 데쳐서 찬물에 식힌 뒤 잘게 다져 넣으면 반죽에 은은한 초록빛이 돌면서 보기에도 훨씬 좋습니다. 데치는 시간을 정확히 15초로 맞추는 이유는 브로콜리의 엽록소를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오래 익히면 색이 탁해지고 영양소도 파괴됩니다.
가라앉은 녹말에 물기를 짠 감자 건더기를 섞고, 여기에 감자 전분 4스푼과 소금 1/2스푼을 넣어 반죽합니다. 감자 전분(potato starch)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용하는데, 이걸 추가로 넣어야 반죽의 점성이 살아나고 옹심이가 삶을 때 풀어지지 않습니다. 브로콜리 자체에 수분이 있어서 저는 물을 따로 넣지 않았는데, 만약 반죽이 뻑뻑하다 싶으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춰야 합니다.
반죽을 길게 늘려서 조금씩 떼어 동그랗게 빚는 과정은 손맛이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저는 손바닥에 힘을 빼고 살살 굴려서 새알만 하게 만들었는데, 너무 크면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너무 작으면 식감이 약합니다. 적당한 크기는 지름 2cm 정도입니다.
멸치 다시마 육수가 옹심이 맛을 완성한다
국물 요리는 육수가 반입니다. 저는 평소 귀찮아서 시판 육수를 쓰는 편인데, 옹심이만큼은 직접 육수를 내봤습니다. 국물 멸치 한 줌을 전자레인지에 20초 돌리면 비린내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이 과정을 MSG 효과(Maillard reaction의 일종)라고도 하는데, 열을 가해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잡내를 날리는 원리입니다.
물 1.2L에 멸치, 다시마 10g, 대파 반 대를 넣고 12분간 끓이면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서 천천히 우려내는 게 포인트인데, 너무 센 불에 끓이면 육수가 탁해집니다. 다시마는 중간에 건져내고 멸치와 대파는 마지막에 건져냅니다. 육수를 직접 내보니 확실히 감칠맛이 다릅니다.
육수에 국간장 반 스푼만 넣어도 간이 딱 맞습니다. 여기에 옹심이를 하나씩 넣고 저어주면서 7분 정도 끓이면 됩니다. 처음에 저어주지 않으면 바닥에 달라붙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애호박을 채 썰어 넣고 다진 마늘을 추가하면 국물에 단맛과 향이 더해집니다.
쫄깃한 식감과 따뜻한 국물의 조화
완성된 옹심이는 투명한 국물 속에서 살짝 반투명하게 익어 있습니다. 저는 뜨거울 때 한 입 먹어봤는데, 쫀득한 식감이 입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소 감자를 쪄서 먹을 때 느꼈던 포슬한 식감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옹심이는 전분의 호화(gelatinization) 과정을 거쳐 쫄깃함을 갖추는데, 여기서 호화란 전분이 물과 열을 만나 부풀어 오르며 점성을 갖추는 현상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감자를 쪄서 설탕에 찍어 먹으면 포슬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지만, 옹심이는 그와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국물과 함께 먹으니 속이 편안해지면서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 확실했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날씨가 추운 날 한 그릇 먹으면 기분까지 따뜻해집니다.
감자는 정말 고마운 작물입니다. 쪄도 좋고 튀겨도 좋고 삶아도 좋은데, 이렇게 갈아서 녹말을 추출해 반죽으로 만들어도 훌륭한 요리가 됩니다. 옹심이를 만들면서 감자의 무궁무진한 활용법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겨울철 별미로 감자 옹심이를 추천합니다. 직접 만들어보면 손은 좀 가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