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없는 고구마를 고르게 되었을 땐 아까운 마음에 억지로 먹었습니다. 단맛이 덜한 고구마를 샀을 때의 그 실망감,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고구마를 찹쌀가루와 섞어 케이크로 만들면 완전히 다른 간식으로 재탄생합니다. 일반적으로 고구마는 그냥 쪄 먹거나 구워 먹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반죽 형태로 가공하면 활용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찹쌀가루와 고구마 반죽의 황금 비율
고구마 케이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찹쌀가루와 고구마의 배합 비율입니다. 제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비율은 고구마 400g에 찹쌀가루 100g 정도입니다. 여기서 찹쌀가루란 멥쌀가루와 달리 찰기가 있는 쌀가루로, 떡이나 경단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재료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고구마는 반드시 뜨거울 때 으깨야 합니다. 식으면 전분이 굳어서 매끄러운 퓨레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저는 밀대를 사용했는데, 감자 으깨는 도구가 없다면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20분 정도 찐 고구마는 속까지 충분히 익어서 쉽게 으깨집니다.
반죽할 때 우유 120ml를 천천히 부으면서 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3~4회 나눠서 넣는 겁니다. 우유량이 너무 많으면 반죽이 질척해져서 성형이 불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레시피대로 정확히 120ml를 넣었더니 약간 되직한 느낌이었는데, 제가 쓴 고구마가 수분이 많은 품종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설탕 20g을 추가하는데, 일반적으로 고구마 자체가 달다고 생각해서 설탕을 빼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찹쌀가루가 들어가면 단맛이 희석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당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1일 당류 섭취 권장량은 50g 이하인데(출처: 보건복지부), 이 레시피로 만든 케이크 전체에 20g이니 한 조각당 2~3g 정도로 부담이 적습니다.
반죽을 5~10분 정도 치대면 찹쌀가루의 글루텐이 형성되면서 탄력이 생깁니다. 여기서 글루텐이란 밀가루나 곡물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할 때 생기는 단백질 구조로, 반죽에 쫄깃한 식감을 주는 핵심 성분입니다. 손으로 눌렀을 때 살짝 튕기는 느낌이 들면 적당합니다.
튀김 온도와 식감 차이
성형한 반죽을 조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튀기거나 굽는 건데, 둘의 식감 차이가 확실합니다. 저는 둘 다 시도해봤는데, 튀긴 버전이 압도적으로 맛있었습니다. 바삭한 겉면과 쫄깃한 속이 대비를 이루면서 입안에서 재미있는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튀김 온도는 140°C가 핵심입니다. 식용유 온도측정기(디지털 온도계)로 정확히 재는 게 좋은데, 없다면 나무젓가락을 기름에 담갔을 때 미세한 기포가 천천히 올라오는 정도가 딱 맞습니다. 여기서 140°C란 튀김에서는 저온에 속하는 온도로, 속까지 천천히 익히면서 겉은 노릇하게 만드는 온도대입니다. 180°C 이상의 고온에서 튀기면 겉만 타고 속은 설익습니다.
약한 불에서 3분씩 양면을 튀기면 황금빛 갈색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5분 정도 튀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3분이면 충분했습니다. 고구마가 이미 익은 상태이고 찹쌀가루도 금방 익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븐에 구운 버전은 덜 느끼하지만 바삭함이 떨어집니다. 180°C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 정도 구우면 되는데, 튀긴 것만큼의 황금빛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름진 음식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굽는 방법을 추천하지만, 제 개인적 취향은 확실히 튀김 쪽입니다.
완성된 케이크 위에 볶은 깨를 뿌리면 고소함이 배가됩니다. 이때 깨는 반드시 볶아서 사용해야 합니다. 생깨를 그냥 뿌리면 풋내가 나고 향도 약합니다. 저는 프라이팬에 깨를 2분 정도 볶다가 은은한 고소한 냄새가 나면 바로 불을 끕니다.
케이크가 완성되면 커피와 함께 먹는 게 제 스타일입니다. 달콤한 고구마 케이크와 쌉싸름한 아메리카노의 조합은 오후 3시쯤 당이 떨어질 때 최고의 간식입니다. 우유나 탄산수도 좋지만, 케이크 자체가 약간 느끼한 편이라 커피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정리하면, 맛없는 고구마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찹쌀가루와 우유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튀김 온도만 잘 맞추면 실패할 확률도 낮습니다. 다음번에 단맛 없는 고구마를 사게 되더라도, 이제는 당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만들어본 결과, 이 방법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맛있었습니다.